'디지털성착취' 처벌기준 강화 결정 미뤄져…12월 시행될듯

입력 2020-05-18 20:01   수정 2020-05-18 20:03


성착취 동영상 등 이른바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논의가 4개월여뒤로 늦춰졌다. 최근 관련 법 개정 움직임과 맞물린 탓이다.

양형 기준에 개정법 내용을 반영해야 해 불가피하긴 하지만 최근 'n번방' 사건으로 촉발된 국민의 법 감정을 반영해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1일 "법률(성폭력 처벌법) 개정이 있었으므로 이를 반영해 양형 기준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며 양형 기준안 논의 일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는 경우 개정 법률상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범죄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양형위는 이날 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가중영역 상한을 징역 13년으로 권고하는 등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성폭력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오는 20일 아동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도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개정 내용을 양형 기준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형위는 "(개정 법에) 디지털 성범죄의 중요한 대유형 중 하나인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의 법정형이 상향되고 구성요건이 신설됐다"며 범죄 유형과 형량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양형위는 오는 7월 13일과 9월 14일 회의를 열어 범죄의 설정 범위, 형량 범위 등을 다시 심의한 뒤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는 예정(6월 22일)보다 4개월여 늦은 11월 2일 열기로 했다. 최종 양형 기준안은 12월 7일 의결될 예정이며 이르면 12월 말 관보에 게재된다. 양형기준안은 관보 게재일 이후 기소된 범죄에 대해 적용된다.

최근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기준 강화 논의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국민의 법 감정을 제때 읽지 못한 '뒷북 대처'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새 양형 기준은 관보 게재일 이후 기소된 범죄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조주빈 등 n번방 관련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번 양형 기준 논의가 최소 4개월 넘게 연기되면서 사법부가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 강화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인 사법부의 판단이 결국 n번방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음란물 제작의 법정형은 높지만, 과거 실제 처벌 수위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 범죄의 법정형은 징역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지만 2014∼2018년의 평균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30.4개월)에 불과했다. 판사 668명을 상대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도 해당 범죄의 기본 양형으로 '징역 3년(31.6%)이 가장 적당하다'고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양형 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으로, 주요 범죄에 대한 들쑥날쑥한 판결을 줄여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법원은 현재 살인, 뇌물, 성범죄, 횡령·배임 등 20개 주요 범죄에 대해서 양형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양형 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사항일 뿐 구속력은 없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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